마사다(Masada) 성벽

마사다(Masada) 성벽

by 황가네 막내 (Posts: 0) » about 5 years ago

이스라엘 남부쪽 사해(Dead Sea)를 내려다보고 있는 마사다(Masada)는 그야말로 천연 요새였다. 지상 400미터 높이의 자연 절벽이 빙 둘러 있는 평지에 성을 만들어 외부의 침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성은 기원전 37년에서 부터 31년 사이에 헤롯왕에 의해서 건축되었는데, AD 73 - 74년에 로마에 의해서 함락 되었다. 함락이라고 보기 보다도 그 안에서 자멸했다고 보는것이 맞을 것이다. 천연요새이다 보니까 적은 인원 가지고도 많은 숫자의 로마군을 효과적으로 방어는 할수 있었는데, 문제는 탈출구가 없으니까 그안에서 굶이 죽을 지경에 이르자 마지막에 960명이 집단 자살 함으로써 마지막 이스라엘 항쟁군 시카라(Sikara)일가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역사속에서 적이 두려워 성을 쌓아서 성공한 예는 보기 드물다. 중국의 역대왕조들이 북부 유목민들의 침공을 막기위해 세운 만리장성도 결국 몽골족을 막지 못했다. 또 하나의 유명한 성벽인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Dubrovnik) 성벽도 가파른 절벽에 세워진 난공물락의 요새임에도 결국 나폴레옹에 의해서 점령 당했다. 성벽을 쌓는 주 이유는 공격보다는 방어의 목적이 더 크다.  그리고 성벽을 쌓아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는 적의 강함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정도 잠재되 있다고도 볼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문제이지 아무리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짓는다고 해도 그 성벽안에 평생 갇혀서는 스스로 도태하거나 아니면 결국 외부의 강한 힘에 의해 함락 당하고 만다. 
 
인간은 저마다 타인에게 상처 받지 않으려고 '마음의 성벽'을 쌓는다.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만든 그 성벽 안에 갇혀서 사는 우를 범하곤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마음이 자갈 밭이라 큰 성벽은 쌓지 못해도, 조그마한 성벽들을 이곳 저곳에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지내기 까지는 '이기와 체면'라는 성벽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때는 '편견'이라는 성벽 때문에 그들의 의견이 내 마음안으로 들어오기 어렵다. 심지어 성벽 밖에서 나를 우습게 볼까봐 '권위'라는 성벽도 세우고, 내 성벽은 단단하다는 '자만' 성벽의 착각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곤 한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도움을 청하려 성문을 두드리다 나의 냉담함에 발길을 돌렸던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이는 나의 성벽만 보고 나를 알려고 해보지도 않고 발길을 돌린 이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이는 성벽 위에서 내가 던진 돌을 맞고 마음에 큰 상처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이는 굿뉴스(Good News)를 나에게 전하려고 성문을 열어 달라며 성문 밖에서 오랜시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물론, 나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대로 드나들도록 나의 성문을 항상 활짝 열어 놓고 있을수 만은 없다. 내가 지켜줘야 할 소중한 것들도 성안에 제법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으면서 성문은 그대로 두더라도 나의 성벽의 높이는 점점 낮추어야 하겠다. 그래야 후배들에게 '꼰대' 소리도 덜 들을 것이고,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성벽 너머로 나와 쉽게 눈을 마주치며 소통할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나의 실체를 높은 성벽으로 감출수가 없어서, 스스로 만든 가식으로부터 해방되어 성숙하게 늙어갈수 있을 것이다. 마사다의 성벽을 보면서 나의 성벽을 둘러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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