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와 변호사

창녀와 변호사

by 황가네 막내 (Posts: 0) » about 3 years ago

2017-2018 미국 갤럽 조사에 의하면 가장 신뢰하지 못하는 직업군들 중에 변호사와 정치인이 중고차 영업사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중고차 영업사원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것은 크게 이상할것이 없겠지만, 변호사의 신뢰도 수준이 두 직업군과 비슷하다는데 이채롭다. 정치인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겉과 속이 일치하는 정치인은 찾기 힘들다. 자기 속을 다 보여주는 정치인은 높게 올라갈 수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중고차 영업사원이 차 상태를 뻥튀기하는것은 먹고 살려고 자신의 신뢰도를 희생하는 것이니까 연민을 가지고 봐줄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는 법을 공부하고 법을 수호해야할 직업을 가진 사람들인데 일반인들에게 신뢰도가 낮다고 하니까 아이러니 할수 밖에 없다.

물론 모든 변호사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를 신뢰한다고 하는 사람도 20% 정도가 되니까, 신뢰하지 못하는 변호사를 만난 사람이 많은것이지 모든 변호사 직업군을 신뢰할수 없다는 통계는 아니다. 미국은 변호사들 천지라 할 정도로 여러분야에 변호사가 많다. 한국 같으면 평생 변호사 사무실 또는 법원에 가본 경험이 없는 사람도 많겠지만, 미국에 살면 변호사를 쉽게 접하고 산다. 쉬운 예로, 부동산을 사고 팔때도 변호사가 필요하고, 임대계약을 할때도 변호사를 고용할때가 많고, 심지어 과속 딱지를 받았을때도 변호사를 고용한다. 따라서 많은 갤럽조사 참여자들이 실제로 변호사들을 겪어보고 자신들의 경험치에 의거해서 조사에 참여 했을테니까, 변호사들은 이 통계치를 무겁게 받아드려야 하겠다.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믿을수 없다는 말이고, 다시말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표리부동한 사람이 신뢰도가 높을수는 없는 것이다. 정치인의 경우, 겉으로는 번드르르 하고 말도 청산 유수이지만 뒤로 나쁜짓하거나 호박씨를 까니까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중고차 영업사원은 “엔진이 쌩쌩해서 앞으로 십만킬로는 문제없다” 했는데, 반도 못가서 엔진이 고장나니까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변호사들의 경우는 의뢰인들에게 솔직하지 않고, 사건을 맏기위해 허풍을 치거나 오바를 하면 결국 의뢰인을 실망시키고 신뢰를 잃는 것이다. 필자는 정치나 중고차 영업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신뢰를 잃는 구체적 예를 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변호사를 직업으로 십수년 해오다 보니까 변호사들이 의뢰인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전형적인 케이스를 몇개 소개하려 한다.

‘나는 다 안다’ 하고 내세우는 유형: 이것 저것 전문 분야를 많이 한다고 떠드는 변호사들은 실제로는 ‘나는 제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다’라는 말과 같다. 의뢰인이 생각하는것 처럼 변호사는 그렇게 잘난 사람이 아니다. 모든 법을 통달한 변호사는 지구상에 없다. 내가 잘 아는 로펌 파트너는 특허일만 전문적으로 하는데, “10년 해보니까 이제는 남들 앞에서 특허법에 관한한 자기가 전문가라고 말할수 있다”고 했다. 대형로펌 파트너도 이런 자세를 취하는데, 자기는 이것 저것 전문 분야가 많다는 것은 어느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게 없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프린써플’(Principle)을 주장하는 유형: 의뢰인의 말에 흥분하면서 ‘이런 놈은 끝까지 가서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하며 의뢰인에게 장단을 맞추고 사회정의 구현 운운하는 유형이 있는데, 대체로 이런 변호사들은 의뢰인이 돈이 떨어지면 절대로 공짜로 일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유형은 변호사의 직업을 착각하고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법률 대리인으로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의뢰인을 대변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군자도 아니요, 누구를 가르키는 선생도 아니요, 나쁜 놈을 잡아 가두는 경찰도 아니다. 자기의 직업을 왜곡하는 사람이 어떻게 제대로 의뢰인의 법률대리인 일을 하겠는가?  

의뢰인을 겁주는 유형: 의뢰인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겁주는 유형이다. 이런 부류의 변호사들은 의뢰인들이 자기에게 매달리게 하고, 결과가 최악의 시나리오 보다 약간이라도 좋게 나오면 자기의 능력인냥 우쭐댄다. 이런 종류의 변호사들은 언더 퍼포머(under performer)가 많다.

‘문제 없다’ ‘백프로 이긴다’ 장담하거나 자기 승율이 100프로라고 떠벌리는 유형: 장사꾼 유형이다. 그리고 재판을 많이 안해봐서 그런 승률이 나오는 것이다. 필자가 맨토로 삼는 한 변호사분은 30년이상 재판을 주로하는 변호사인데, 그분이 말하길 “재판에 많이 져보지 않은 것은 재판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그런다”고 했다. 그리고 재판에 이기는것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의뢰인을 생각하는 변호사는 지고 이길 확률을 냉철하게 파악하여 자기는 돈벌이가 않되더라도 재판전에 의뢰인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할수 있다. 변호사의 이고(ego)때문에 재판을 하는 것은 의뢰인의 경비로 도박을 하는것과 같다. 어쨋튼 재판을 하게되면 확실한 승자는 변호사들 뿐이다.    

자기가 유태인이라고 말하는 변호사: 미국 교포들이 유태인 변호사를 선호해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자신이 유태인이라고 떠벌리는 변호사들은 자기가 유태인이라는 사실밖에 내세울게 없어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정말 오리지날 유태인들은 자신을 유태인이라 떠 벌리지 않느다. 오리지날 유태인들은 1400년 동안 아랍의 통치를 받아 뿔뿔이 다 흩어졌는데, 몇대 조상이 유태인피가 섞였다고 자신을 유태인이라고 하면 전세계의 1/3은 유태인일 것이다.    

내가 판사들을 잘 안다하고 떠 벌리는 유형: 한국 기준으로는 ‘재판농단’ 감이다. 부로커나 사기꾼들이나 하는 말이다. 단 ‘그 판사 주재하에 재판을 여러번 했다’는 합당한 자기 PR 이다.

의뢰인에게 법조항을 읇거나 법률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유형: 자기가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자기도 잘 모르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어렵게 밖에 설명할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법은 상식을 벗어날수가 없다. 그래서 변호사가 상식 선에서 의뢰인에게 법을 설명할수 없다면 그런 변호사는 판사나 배심원들 누구에게도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어렵다.

남 이야기 하듯이 이렇게 직업 신뢰도를 낮추는 유형의 변호사들을 비하했지만, 나 자신도 결코 표리부동한 행동에서 결코 자유스럽지 못하다. 법률분야별로 변호사 개개인의 성향이나 성격에 따라 의뢰인이나 상대방(counterpart)를 대하는 자세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변호사 업무의 성격상 상대방에게 자기의 카드를 다 보여 줄수 없다. 아니 보여주면 안된다. 상대방을 속이려 블러핑 하는것도 문제지만 필요 이상으로 솔직하면 오히려 의뢰인에게 해가 된다. 그런 모습들이나 대중 매체에 비춰지는 드라마틱한 캐랙터를 보고 변호사의 신뢰도를 판단하는것은 변호사란 직업상의 특성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십수년째 고문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 회사의 사장이 ‘변호사는 창녀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적이 있다. 다소 원색적인 표현이었지만 결코 변호사를 비하하려 한 말은 아니었다. 그분의 말은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은 돈주고 창녀를 사는것과 다를바 없다. 단지 다른것은 창녀는 몸을 팔고 편호사는 시간을 파는데, 의뢰인에게 돈을 받았으면 둘다 돈 값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창녀가 돈을 받으면 싫어도 좋은척, 사랑하는척 하며 돈받은 사람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변호사도 의뢰인를 위해 열성을 다하고 궁국적으로 의뢰인이 돈을 주면서 ‘돈이 아깝다’ 생각하지 않게 해야 된다는 논리였다. 괘변이었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변호사랍시고 어께에 힘이나 주고,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변호사들은 한번 새겨 볼만한 말이다. 변호사들이 의뢰인들에게 최소한 돈 받은 만큼 ‘돈값’을 하면 변호사의 ‘신뢰도’는 자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소주한잔하고 얼근히 취하면 ‘나는 60살이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 하고 넋두리를 할때가 있다. 그때쯤되면 금전적으로 해방이 되어 돈 때문에 내키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나의 독백이다. 그런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그때까지는 의뢰인들에게 청구서를 보낼 때마다 그 사장의 괘변을 곱씹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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